NTU 교환학생(1): NTU 캠퍼스에 적응하는 중

Heechan
Hclee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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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Jan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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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행기 처음 탐

1월 10일 수요일 아침, 싱가포르에 왔습니다. 충동적인 교환학생 신청부터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했던 많은 일들을 마치고 겨우 오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신청할 땐 충동적으로 진행했는데, 막상 붙고 나니 타국(심지어 날씨도 특이한 동남아)에서 영어만으로 한 학기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 한 켠에 불안함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부정기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일과 NTU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일을 며칠씩 묶어서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 서문을 쓰는 시점은 싱가포르에서의 첫날 밤인데요. 이걸 쓰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제가 싱가포르와 NTU에 대한 지식을 그닥 쌓지 않고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갈 때는 제가 과할 정도로 정보도 찾고 동선도 짜서 부족함이 없었는데, 이번에 싱가포르에 올 때는 학교 생활과 행정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만 알고 있고 그 외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보니 뭔가 하루하루 새로운걸 알아가는 듯한 기분이 좀 있어서, 한 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적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NTU에 교환학생을 올 누군가에게 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허허

그러면 첫 날의 이야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아마 가면 갈수록 신기한게 사라질 것이니까 초반이 말이 많을 것 같긴 하네요.

1일차 — 1월 10일 (수)

  • 새벽 비행기인데 거의 잠을 못잤습니다. 뒷 자리 아기가 많이 아팠나봅니다… 비행기에서 잘 자는 사람들이 신기합니다. 물론 싱가포르항공은 매우 좋았습니다. 맨날 저가항공만 타다가 좋은 항공사 처음 타봤는데 체감이 매우 좋더라고요.
  • 비행기에서 자보겠다고 화요일날 일찍 일어났음에도 잠을 못잤기 때문에 매우 피곤한 상황. 새벽 5시에 도착하고 공항 의자에서 잠깐 누워있었습니다. 물론 이때도 잠은 제대로 못 잤습니다.
Pioneer Hall 2인실
  • 기숙사 배정을 받고 딱 들어왔습니다. 저는 14년도에 지은 기숙사(Pioneer hall)라 나름 최신 건물이고 에어컨도 있어서 좋은 케이스긴 했습니다.
  • 그래도 신발을 신고 사는게 가정되어있는 방이고, 처음 봤을 때 매트리스가 좀 더러웠습니다. 작은 벌레들도 방에 좀 있었고요. 잠을 안잔 상태라 그런지 기분이 확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 침대 프레임에 앉아서 아, 그냥 한국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의욕이 없었습니다.
  • 근데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열심히 매트리스를 닦고 쪽잠을 자고 일어나 학생증을 받으러 가는 길에 캠퍼스 산책을 좀 했습니다.
  • 산책을 해보니까 또 나름 기분이 풀리더라고요. 뭔가 따뜻한 나라에서 모르는 캠퍼스를 이렇게 돌아다니니 여유로움도 느꼈습니다.
  •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게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점심은 North Spine에서 7달러를 주고 볶음밥을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 학교 셔틀버스에는 Blue, Red, Green 세 종류가 있는데요. Blue와 Red는 유사한 노선을 각각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운행합니다. Green은 유일하게 학교 밖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입니다. 무료라서 그냥 타면 됩니다.
  • 그 외 숫자가 붙어있는 버스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버스라서 돈 내고 타야 합니다.
  •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스콜이 온다고는 들었는데, 직접 보니까 진짜 좀 무서운 수준이었습니다.
  • 그러고 날씨 앱을 켜보니까 비가 안오는 날이 없습니다. 원래 이런 나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싱가포르는 천둥 소리가 크다고 들어서 좀 쫄리는데 오늘은 천둥번개까지는 안만났습니다.
  • Pioneer Hall 1층에 있는 테라스형 푸드코드에 가봤습니다. 여기가 싸고 맛있대서 싼 것 중에 괜찮아보이는걸 아무거나 하나 먹어봤습니다. 치킨라이스 3.5 달러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뭔가 이상한데 3000원대의 가격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칠리소스가 꽤 십니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뭔가 저녁을 먹고 나서 목이 간질간질한게 알러지가 올라오나 싶습니다. 이런… 알러지 비염약 20개 중 하나를 첫날 소모할 줄은…
  • 저녁이 훌쩍 넘어서야 룸메가 왔습니다. 룸메이트는 동양계 미국인 Daniel입니다. 전 한국인이나 일본인이지 않을까 했는데 미국인이어서 흠칫 놀랐습니다. 일단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오늘을 되돌아보면 아직 영어 듣기가 빡센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는 영어 발음 알아듣기가 어렵고 룸메이트는 말이 너무 빠릅니다. 제 의사는 어찌어찌 전달을 하고 있는데 어렵긴 하네요. 쉽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니 더 영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기대하겠습니다.
  • 에어컨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동작시킬 수 있습니다. 이건 되게 좋은 것 같습니다. 앱으로 돈을 충전하고 앱으로 에어컨을 동작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부 기숙사는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아예 에어컨 없는 기숙사도 있고…

2일차 — 1월 11일(목)

  • Student Pass를 받으려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것을 인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 외부에 있는 JTVC Jurong West로 향했습니다.
Pioneer Station
  • 버스랑 전철(MRT)를 타고 갔는데, 싱가포르의 대중교통은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단 빨리 옵니다. MRT도 빨리 오고, 일단 제가 탄 버스들은 다 빨리 오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다음 정류장은 어디입니다’ 같은 방송을 안해줘서 구글 맵으로 계속 버스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는 2층 버스가 많습니다.
  • JTVC에 갔는데 3시간을 기다리라는 어메이징한 안내를 받고, 그럴 수는 없다고 하니 조금 걸어가면 27달러에 이 작업을 해주는 병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냥 27달러 쓰고 한 번에 끝내기로 했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 Boon Lay Exchange라고 수많은 버스 환승이 가능한 곳에 갔는데, 179A 버스 줄에 서있으니 감사하게도 현지 노인 부부께서 너 왜 여기 서있냐고 179번으로 가라고 알려주셔서 캠퍼스로 빨리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179A는 2시간에 한 번 있다고 하더라고요.
  • 일단 이틀 간 싱가포르를 본 결과, 뭔가 길을 가다보면 영어보다는 중국어가 좀 더 들리는 것 같고, 인프라는 꽤 발전한 것 같은데 또 보면 동남아의 느낌이 남아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물론 이게 싱가포르 중심을 가보질 않아서 그런 것 같긴 합니다.
  •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습니다. 북미에서 절반 정도가 왔더라고요. 이렇게 멀리까지? 한국 사람은 15명 있다고 하는데, 전 1명도 모릅니다…
  • 오리엔테이션 후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는데,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이 딱히 말을 안걸어줘서 절반 정도를 묵언수행하면서 따라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착한 미국인 친구가 말을 걸어줘서 그나마 저녁 먹기 전까지 얘기할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들어보니 그 친구는 미국에서 룸메이트가 한국계라 뭔가 한국인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발로란트랑 롤토체스를 좋아한대서 게임 얘기를 열심히 했습니다. 대화를 많이 맞춰줘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 기숙사에서 도마뱀을 봤습니다. 원숭이가 많다는데 원숭이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3~4일차 — 1월 12~13일(금, 토)

  • 첫날에 비가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와서 원래 이 나라는 이런가보다 생각했는데, 또 며칠 지내다보니 그날은 싱가포르에서도 특히 많이 왔던 날인 것 같습니다.
  • 날씨가 나쁘지 않아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김에 캠퍼스 구경을 좀 해보았습니다. 걷다보니 캠퍼스가 이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국적인 풍경이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현지인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네요.
  • 위 사진은 햇빛이 좀 내릴 때 찍은 기숙사 앞 사진입니다.
  • 싱가포르에는 이 새가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얘가 싱가포르의 비둘기포지션인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 옆에 그냥 비둘기도 지나가던…
  • 주말에는 셔틀 버스가 적게 돌아다닙니다. 평일에는 교내 순환 버스도 막 3~4개씩 한 번에 돌았는데, 주말에는 Red와 Blue는 동시에 하나만, Green은 운행하지 않고 대신 Brown이라는 노선이 운행됩니다. Brown도 학교 밖으로 나가는 셔틀버스입니다. 아직 둘의 정확한 차이는 모르겠으나 Brown은 좀 더 Green보다 커버하는 범위가 넓은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 3세대(?) 1달러 동전
  • 토요일 낮에는 날씨도 좋은 김에 1달러 동전을 얻기 위한 모험을 떠났습니다. 내일 세탁을 하려고 하는데, 기숙사 세탁기와 건조기는 이 1달러 동전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그래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꿀 수 있을만한 자판기를 찾아 헤매게 되었습니다. 은행에서는 몇백 달러 이상이어야지 바꿀 수 있다는데, 한 학기 있으면서 빨래를 100번 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1달러가 생기면 그때그때 잘 모아둬야겠습니다.
The Hive
  • 찾던 도중 NTU의 대표 건물인 The Hive를 만났습니다.
SS 건물의 샌드위치
  • 이 건물 옆에 Social Science 건물이 있던데, 그 건물에 샌드위치를 파는 자판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자판기가 10달러 지폐를 받으면서 3달러 샌드위치를 시키면 1달러 동전을 7개 돌려줍니다. 다른 자판기들이 2달러짜리만 accept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가성비가 좋긴 합니다. 이 자판기가 여기저기 있다고 하는데 일단 여기서만 확인했습니다.
Canteen 2
  • KAIST이랑 비교해봤을 때 크게 다르다고 느낀 점은 학생 식당이 굉장히 많고, 메뉴가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다른 기숙사를 다 가본건 아니지만 기숙사마다 식당이 있고, North Spine 같은 곳에도 크게 푸드코트 및 식당들이 있습니다. 학생 식당 코너만 해도 중식, 한식, 태국 음식, 베트남 음식, 일식, 서양 음식, 마라탕(이유는 몰라도 따로 하나씩 꼭 있음), 인도 음식 등 다양한 코너들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가격도 싼걸로 고르면 또 싸게 먹을 수 있습니다.
  • 저는 기숙사에서 조금 걸어올라가면 있는 Canteen 2에 자주 밥을 먹으러 갔는데요.
  • 식당에서 불편했던 점을 꼽자면 휴지가 안보입니다. 밥 먹고 나면 식탁을 좀 치우거나 입을 닦는데 휴지를 썼는데 이 동네는 그런거 없나봅니다…
  • 연구실 사수 Kevin으로부터 드디어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마 다음주에 직접 만날 것 같군요…

5일차 — 1월 14일(일)

  • 오늘은 세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숙사 세탁 시설이 그닥 여유롭지 않더라고요. 3층, 4층 사람이 같이 써야 하는데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남들이 세탁을 안할 것 같은 시간대를 잘 찾아서 돌리는게 좋을 것 같긴 하네요. 위에서 언급했듯 무조건 1달러 동전만 써야 하고요.
  • 어떻게 보면 Queue가 하나 뿐이라 일단 세탁기에 넣기만 하면 시간 맞춰서 건조기 처리까지 순서 뺏길 일 없이 이어서 하면 되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세제는 첫날에 North Spine 쪽에 학생증을 수령하러 갔을 때 사왔는데, 한국에서 자취할 때는 흰색 빨래인지 아닌지에 따라 세제가 구분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구분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냥 두 경우 다 상관없어 보이는 세제로 골랐습니다. 가루나 액체가 아니라 그냥 캡슐 형태로 된 것을 샀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오후에는 학교 수영장을 가보았습니다. 저는 아예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다가 한국에서 딱 3개월 수영을 배워서 그나마 할 줄은 알게 된 상태였는데요. 그래도 더운 나라고 학교에 수영장도 있으니 한 번 해보자 하는 느낌으로 가보았습니다.
  • 50m 수영장에 8개 레인이고, 끝 부분은 수심 1.4m, 중심부는 2.0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저는 한국에서 배울 때 25m, 1.2m 수심에서만 수영을 했다보니 중간에 힘들어서 멈추려고 했는데 그냥 쭉 내려가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얌전히 킥판 잡고 가장자리에서 배영이랑 자유형 섞어서 4바퀴만 딱 하고 돌아왔습니다.
  • 힘들긴 하지만 주 1회는 가보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합니다.

총평

첫 날에 기분이 좀 울적했었는데, 또 막상 며칠 살아보니 싱가포르도 나쁘지 않을지도?

아직 캠퍼스 밖으로 잘 안나가봤는데, 다음주에는 개강 첫주인데 수업이 몇 개 없어서… 한번 싱가포르 관광 포인트도 잠깐 다녀와볼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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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chan
HcleeDev

Junior iOS Developer / Front Web Developer, major in Computer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