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U 교환학생(7) — 3월을 돌아보며

Heechan
Hclee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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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min readMar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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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nan Garden in NTU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싱가포르에 온 지도 2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습니다.

사실 2월 말에 마지막으로 주간 포스팅을 올리고 근 한달 간 조용히 있었는데요. 2달쯤 지나니까 대강 하루하루의 루틴이 틀이 잡혀버려서 기록할만한 일이 많이 안생기더라고요. NTU에서의 삶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안정된 것도 큽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업로드했다… 싶은 일이 한 번 있었어서, 좀 더 긴 기간을 잡고 글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3월이 끝나가는 지금 이 시점에 한 번 3월을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홍콩 여행으로 시작한 3월

사실 3월은 싱가포르가 아닌 홍콩 여행으로 시작했습니다. 3월 4~8일은 NTU의 Recess Week, 휴식 주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휴식 주 동안 센토사 섬에 1박 2일로 혼자 놀러갔다올까 하던 와중이었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삼일절 휴일에 맞춰서 싱가포르 여행을 한번 와보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는 그 주 내내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이 있었고… 캡슐 호텔이 1박에 12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싱가포르의 숙소 값이 원래도 싸진 않지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싱가포르 여행은 포기했습니다.

원채 싱가포르의 물가가 비싸다보니까, 돈이 좀 한정적인 상태에서 여행을 오기에는 그닥 좋지 않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이 좀 여유로운 상태에서나 와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고민하다가 홍콩 얘기가 나왔습니다. 홍콩은 한국에서도 4시간, 싱가포르에서도 4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친구 한 명과 홍콩에서 만나서 3박 4일간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구룡 반도 쪽에서 바라본 홍콩 섬 야경

홍콩 마카오 3박 4일 여행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홍콩에서 먹은 차찬탱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딤섬이랑 완탕면이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오히려 마카오에서 먹은 음식들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여행은 즐겁게 했고, 고맙게도 친구가 한국 컵라면과 컵반을 여러 개 사와주어서 싱가포르에 돌아온 후 한국 음식을 좀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다!

근데 홍콩 — 싱가포르 비행기 표가 좀 비싸다 싶더니, 이것도 아마 테일러 스위프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단 제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자기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에 몇백만원 부었다고 저한테 말씀하시더라고요.

NTU Recess Week

싱가포르의 대학교에는 Recess Week라는게 있습니다. 모두가 그런진 모르겠지만 일단 대표적인 대학교인 NUS와 NTU에는 있다고 들었습니다. NUS는 NTU보다 한 주 빨랐고, NTU는 3월 4일부터 8일까지가 휴식 주였습니다.

이 때는 수업도 하지 않고, 딱히 과제나 프로젝트 듀가 있지도 않습니다. 중간에 한 번 숨을 돌리면서 여행도 다니고 밀린 과제도 좀 할 수 있는 기간으로 보입니다.

제 룸메이트는 일주일 간 말레이시아랑 인도네시아를 친구들과 쭉 돌고 온 것 같더라고요. 대부분 여행을 가는 기간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홍콩 여행을 다녀온 후 며칠 간 과제와 연구를 위한 개발을 조금씩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한 것은 아니었는데…

네이버 광탈

홍콩에서 돌아와 쉬고 있던 중 네이버 신입 공채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번엔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는게 아니라 내년 2월 졸업생도 채용 대상이었습니다. 3년의 경력이 있긴 했고, 네이버는 산업기능요원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1년이 조금 넘는 프론트 개발자 경력을 가지고 있었죠.

유관 경력 1년 미만이라는 조건이 있는 신입 공채 대상이었고, 저 또한 개발자보다는 기획, 관리 쪽의 업무에 흥미가 있었기에 Tech Management 직무로 지원했습니다. 신입으로 잘 뽑지 않는 포지션인데, 요상하게도 네이버에서 이번에 신입 공채로 해당 직무를 열었더라고요. 흔치 않은 기회가 왔다! 는 생각에 자소서를 며칠간 열심히 써서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코딩테스트는 보지도 못하고 탈락 메일을 받았습니다. 코테도 안보고 쫓아내는건 경력자 거르는 과정이라고 들었는데, 아마 저도 경력에서 걸러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관하다고 하다고 하면 또 할 말이 없긴 하다만, TPM과 개발자가 같은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쉽긴 합니다. (물론 자소서 내용이 전혀 직무 핀트를 못잡아서 거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직무는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도 있을지도) 이 메일을 받은 시점도 없는 시간을 쪼개 코테 문제를 풀고 있던 중이었기에 좀 가슴이 아프긴 했는데요. 뭐 어쩌겠습니까?

한식 식당에 가보다

대부분의 캠퍼스 내, 혹은 동네 푸드코트에서 볼 수 있는 Korean 음식은 그닥 맛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캠퍼스 내에는 Tamarind Hall 한식은 괜찮았는데, 그게 아니면 먹고 실망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원래도 한식 맛에 약간 까다로웠던 편이라 더 어려웠던 것 같네요.

예전에 제 룸메이트가 식당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제 연락처를 준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 친구한테 3월에서야 연락이 왔습니다. 2달째 혼자 지냈기 때문에 이제 아무래도 별 상관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연락을 줘서 고마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만난 적은 없습니다… 한국인 교환학생 톡방에 초대해줘서 가끔 올라오는 정보들을 눈팅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NTU 한인학생회 임원분이 들어오셔서 이런저런 꿀팁을 남겨주시더라고요. 거기에 한국식 술집이나 유명한 한식 음식집 몇 가지를 알려주셨습니다. 한식이 먹고 싶었는데다가, 마침 제가 시내에 나와있던 중이라서 돌아가는 길에 리스트에 있는 한식 집 한 곳을 가봤습니다.

후다닥이라는 이름의 가게였습니다. 근데 줄이 생각보다 있더라고요. 예약이 있어서 그런지 줄이 쉽사리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인들도 좀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굉장히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조리학과 친구한테 여기 와서 한식당 하면 잘 되겠는데? 하면서 말했더니 자기가 1학년 때부터 교수님들이 외국 가서 한식당 하는게 요즘 메리트가 크다고 계속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한국 문화가 그때보다도 더욱 인기를 끌고 있으니 좋은 타이밍일 것 같습니다.

순대국밥, 돼지국밥을 메인으로 팔고 수도 없이 많은 한식이나 안주류를 팔고 있더라고요. 저는 순대국밥이랑 계란찜(의외로 먹고 싶어서 생각났던 음식)을 시켜서 먹었습니다. 가격은 상당했습니다. 순대국이 한 18000원 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렇더라고요. 소주도 한 병에 18000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전 원래 소주를 안좋아하긴 하지만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소주 한 번 먹는데 돈 상당히 깨질 것 같네요.

아무튼 오랜만에 한식다운 한식을 먹으니 정말 맛있더라고요. 한국에서 맛있는 순대국밥이랑 비교하면 절대 맛있다고 볼 수는 없긴 했는데, 그래도 어느정도 맛도 있고 오랜만에 먹으니까 아주 좋았습니다. 사실 다른 것보다 밑반찬들의 파괴력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한식하면 메인 요리만 떠올리는데, 김치, 어묵 볶음, 계란말이 등 여러 밑반찬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 내는 바람에 너무 많이 먹어서 돌아올 때 좀 속이 안좋긴 했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근데 이 날 왜 시내에 나와있었냐면…

룸메이트 생일 저녁

룸메랑 그닥 친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싸우거나 한 적은 없지만 서로 대화는 하루에 서너마디 정도? 라도 하면 다행인 날입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다보니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 것도 있고, 룸메도 약간 본인 관심 분야에만 관심이 있는 느낌… 라고 쓰는 와중에 금방 룸메가 샤워하는데 수건 두고 왔다고 갑자기 전화가 와서 가져다주고 왔습니다. 재밌네요…

아무튼 어느날 룸메가 방에 들어오더니 저한테 토요일에 뭐하냐고 묻더라고요. 딱히 계획이 없다고 말하니 사실 그 날이 본인 생일이라 친구들이랑 다 같이 저녁을 먹으려는데 올거냐는 제안을 해줬습니다. 식당 예약을 해야 해서 인원을 확정해야 한대서 얼떨결에 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생의 생일은 과연 어떻게 축하하는가? 제 입장에서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 하나? 저녁 식사에 드는 돈은 나눠서 내는건가?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걔네도 알 리가 없어서 대마 케이크 이런거 먹는거 아니냐 이런 소리나 하더라고요.

물론 제 룸메이트는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니기 때문에 (술도 안먹는 것 같음) 며칠간 골머리 앓다가 지인 중에 현직 초인싸 미국 대학원생이 있다는걸 깨닫고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미국 현지 대학원생의 컨펌

실제 미국이라면 홈 파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먹을걸 가져가는게 좋다고 하는데, 여기선 홈 파티가 아니었어서 간단한 선물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 조언에 힘 입어 룸메가 좋아하는걸로 보이는 포켓몬 피규어(?)를 사러 시내에 나갔습니다. 그러다 나온 김에 한식당에 가게 되었죠…

아무튼 피카츄 프라모델 같은걸 찾아서 생일날 룸메이트한테 건네줬는데요. 반응이 그냥저냥 괜찮더라고요. 내가 포켓몬 잘 몰라서 가장 유명한 피카츄로 했는데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룸메가 자기 최애 포켓몬은 다른건데 걔는 굿즈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기도 하고, 피카츄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저와 룸메이트 포함 8명의 사람이 중식 식당인 PUTIEN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룸메이트와 같은 대학에서 온 친구들 여럿과 룸메가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 몇 명이 같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다 초면이고 영어를 그닥 잘하지 않다보니 대화도 큰 흐름만 이해하고 딱히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음식은 맛있었습니다..

재밌었던건 옆에 앉은 친구가 홍콩 출신 친구라, 제가 홍콩 여행을 최근에 갔다왔다고 하니 대체 홍콩에 뭐 볼게 있어서 가는거냐고 놀라워하긴 하더라고요. 그 친구와 어느정도 얘기를 더 했는데, 홍콩 사람한테 Chinese를 쓴다고 말하면 굉장히 안좋아한다는걸 배웠습니다. 광동어(Cantonese)는 Chinese와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고 계속 그러더라고요. 저는 Cantonese가 뭔지 몰랐어서 처음에 몇 번 Chinese라고 말했다가 그 친구의 발작 버튼을 눌러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박물관과 보타닉 가든

이번달도 조금씩 싱가폴 관광을 다녔습니다. 굉장히 날씨가 좋은, 즉 싱가폴에선 굉장히 더운 날 아이스크림 박물관과 보타닉 가든을 갔었습니다.

이 날 아이스크림 박물관에 가기 전에 싱가폴 유명 토스트 브랜드인 ‘야쿤 카야 토스트’에 들렀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별거 아니어보이는데 토스트가 꽤 맛있더라고요.

아이스크림 박물관 입구

위치가 살짝 애매해서, 그냥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입구부터 내부, 출구까지 아주 핑크핑크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여유롭게 쭉 걸으면서 아이스크림 주는 구간에서는 잠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식으로 움직였는데, 4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내부에 포토존이 굉장히 많고, 뭔가 놀 수 있는 구조물 같은게 심심찮게 있습니다. 사실 아이스크림이랑 큰 관련이 있나? 싶긴 하네요. 아이스크림 설명들이 적혀있긴 하지만 그걸 읽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살짝 특이한 느낌의 포토 존에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제공해주는 1시간 가량의 관광 코스 정도인 것 같습니다. 혼자 돌았다고 나빴던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들과 온다거나, 커플끼리 오면 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아이스크림 박물관에서 한 15분 걸으면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에 갈 수 있습니다. 이날 날씨가 너무 쨍해서 꽤 더웠던 기억이 납니다.

Botanic Garden의 Bandstand

보타닉 가든은 싱가폴 최초의 UNESCO 문화유산 지구입니다. 싱가포르가 영국령이던 시절인 1859년에 개원했고, 식물에 대한 보존과 연구 역할을 하고 있는 아주 큰 정원입니다. 남쪽 입구로 들어가서 북쪽에 있는 보타닉 가든 역까지 가는데 약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확실히 한낮에 가서 엄청 덥긴 했습니다… 대부분 블로그들에서 아침에 갔다고 하던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녁에 가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덥긴 했지만 굉장히 크고 정원 조성이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곳 산책하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싱가폴 여행 갔다온 사람한테 어디가 기억에 남냐고 물었을 때 여기를 얘기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더라고요.

National Orchid Garden 내의 냉(?)실 앞

보타닉 가든 내에는 국립 난초 정원, National Orchid Garden이 있습니다. 여기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구경하는 곳입니다. 외국인은 가격이 좀 있는데, 저는 Student Pass가 있어서 1달러만 내고 들어갔습니다.

여기 안에는 VIP 구역이 있는데, 해외 VIP 들이 방문했을 때 그들의 이름을 딴 난초를 두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곳은 좀 덜 더운 시간에 산책 가시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싱가폴은 날씨가 너무 좋으면 너무 덥고, 안좋으면 걍 비만 오는 좀 극단적인 면이 있어서, 낮에 할 일이 좀 애매한 것 같긴 합니다.

미용실과 재외 선거와 오차드 로드

3월 말이 되니 머리가 아주 길어졌다는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1월 1일에 잘랐으니 한 3달이 지났었군요. 싱가폴에서 머리 자르기 싫어서 펌을 했었기 때문에 못봐줄만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거보다 좀 더 길어지면 그닥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정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총선 재외선거 기간이 있으니, 그때 시내 쪽으로 나가는 김에 머리도 자르면 오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미용실을 찾았었습니다.

싱가폴에서도 그냥 동네 쇼핑몰에 가면 2만원 이하로 커트를 할 수 있는 미용실이 있긴 합니다. 좀 멀리서 슬쩍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간단하게 머리 치는 느낌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한인 미용실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이틀 전에 예약을 하고 찾아갔는데, 커트에 70달러, 서비스 차지까지 하면 76달러였습니다. 확실히 상당히 비쌉니다. 오차드 로드에 있는 곳근데 한인 미용실이 인기가 많은지 좀 유명한 곳은 연락했을 때 5월까지 가야 빈 예약 자리가 생긴다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예약한 분이 왠지 예약 시간이 널널하길래 뭐지 싶었는데, 그 미용실 계신 분 중 그 분만 한국인이 아니라 로컬 분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순간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지만 한국인 원장님이 오셔서 상담을 해주셔서 다행히 미용사 분께 전달이 잘 되었습니다. 머리도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었습니다. 7만 6천원 들였는데 조졌으면…

Muthu’s Curry의 Fish Head Curry와 Naan

그 후 Fish Head Curry라는 음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유명한 가게가 Little India에 있었는데, 싱가포르 인도풍 음식의 대표주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Muthu’s Curry에 갔는데, 가게도 깔끔하고 직원 분들도 친절했습니다.

이거 가격이 좀 비싸네? 또 ‘싱가포르’했네? 라고 생각했는데 애당초 1인분이 아니더라고요. 커리 하나, 난 하나, 밥 하나 시켰는데도 양이 엄청 많아서 다 먹질 못했습니다.

후기에서 향신료 들어간 매운탕 갔다고 했는데 매운탕 느낌인진 잘 모르겠으나 꽤 괜찮았습니다. 일단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먹는 강황 베이스 카레는 아닙니다. 인도 음식에서 Curry 라는건 굉장히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기회가 있다면 싱가폴 여행 중 피쉬 헤드 커리도 추천드립니다.

그 후 뉴턴 역 근처에 있는 한국 대사관으로 가서 재외선거를 진행했습니다. 줄이 그리 길진 않아서 금방 하고 나왔습니다. 대사관 분들 친절하시더라고요. 위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이 건물에 여러 국가들 대사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Orchard Road의 ION 쇼핑몰

여기서 쭉 걸어 올라가면 머리를 잘랐던 오차드 드가 나옵니다. 싱가폴을 대표하는 쇼핑거리입니다. 생각해보면 싱가폴은 물가가 비싸다보니 굳이 여행객에 여기에 와서 쇼핑을 해갈 이유가 있을까? 싶긴 했는데, 일단 쇼핑몰이 크고 잘되어있어서 쭉 구경을 해봤습니다.

위 사진에 있는 ION은 입구부터가 저렇게 멋있게 되어있었습니다. 건너편에는 Tangs라는 쇼핑몰도 있었는데, 그쪽은 약간 중국풍으로 입구를 꾸며두었습니다.

근데 이 곳은 횡단보도가 없어서 반대편 가려면 지하보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지하보도가 MRT 역도 섞여있고 각 쇼핑몰 지하부가 굉장히 복잡하더라고요. 이쪽이 어디로 가는건지 제대로 안알려줘서 빙빙 돌았습니다.

전 딱히 살건 없었지만 건물들이 삐까번쩍해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수업 근황

Machine Learning은 기말시험 60%, 플젝 40%의 KAIST에선 찾아볼 수 없는 괴랄한 비율의 성적 산출 기준을 가진 수업인데, 플젝을 하고는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Kaggle Competiton을 하는데, 얘들이 정한 주제가 워낙 어렵기도 하고, 5명 팀원 중에 한 명이 ML을 꽤 잘하는 것 같은데 저를 포함한 나머지는 그닥인 것 같고, 타이밍을 놓쳐서 모델을 만드는 두 명 중 한 명이 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Cloud Computing 프로젝트로 하고 있는 <PromptCrowd>

Cloud Computing는 과제나 퀴즈가 있긴 했지만, 과제 1에서 점수를 낮게 받고 의욕이 꺾였습니다. 어차피 전공 학점으로 인정 받을 수도 없는 과목이라 좀 대강대강 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는 좀 공을 들였습니다. 이 과목이 이유는 모르겠는데 플젝 주제가 굉장히 넓더라고요. 단순히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분산 컴퓨팅을 해도 되고, 챗봇 만들기를 해도 되고, 크라우드소싱을 해도 되고, 보안 관련 프로젝트를 해도 되었습니다.

저는 이 수업에서는 같이 조 할 사람을 못찾아서 저 혼자서 플젝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편합니다… 저는 크라우드소싱을 주제로 잡고 LLM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크라우드소싱으로 진행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만약 대학원에 가게 되면 하고 싶었던건데, 일단 이번 기회에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유저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이거 빨리 끝내고 ML 플젝에 시간을 쓸 예정입니다.

중국어 회화 수업은 중간고사는 중간은 간 것 같습니다. 발음 맞추기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제 2분 이하의 개인 발표, 팀 영상 프로젝트, 그리고 기말고사가 있는데, 개인 발표랑 기말고사는 별 걱정은 안되는데 플젝으로 뭔가 영상을 찍어야 한다는게 좀 어렵긴 했습니다. 싱가폴 현지인 한 명,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한 명, 저 이렇게 3명이서 팀이 되었는데, 간단하게 현지인이 교환학생 두 명은 인터뷰 한다는 컨셉으로 찍었습니다. 미국인 교환학생이 편집한다고 하긴 했는데, 이 녀석 자기는 듀가 다가왔을 때 그 압박을 즐기며 과제하는걸 좋아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해서 좀 두렵습니다.

근데 저는 싱가폴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 중국어도 좀 하는줄 알았는데, 저번에 수업 시간에 보니까 로컬 학생들도 중국어 Level 1 수업에 많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팀플하는 싱가폴 애한테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말레이인이고 학생 때 영어 제외하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중에 하나만 해도 돼서 자긴 말레이어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본인은 중국어 몰라서 이 수업 듣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발음 보면 잘 하긴 하던데..?

연구 근황

홍콩을 다녀와서 열심히 만든 크롬 익스텐션과 Bubble로 만든 앱을 가지고 교수님, 사수 Kevin과 세 명이서 미팅을 한 번 했습니다.

크롬 익스텐션에 대해서는 교수님이 ChatGPT 말고 구글 바드(Gemini)로도 해보자고 하셔서 어제 Gemini 답변을 받고 나서도 pop-over를 띄울 수 있도록 수정했습니다.

Bubble 앱으로 만든 경우는 교수님이 주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Emoji에 따른 변화를 보고자 한 것이었는데, 이번 미팅에서 교수님이 이건 Nudge치고 너무 약하지 않냐고 말씀해주셔서, 좀 다른 방향으로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근데 이에 대해 얘기할 때는 교수님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주 목요일에 Kevin과의 미팅에서 좀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이게 꽤나 느린 템포로 진행되고 있어서, 제 입장에서는 여유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너무 겉핥기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아마 한국 돌아가서 거기서 랩 인턴을 하게 되면 아주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4월 중반까지는 ML 플젝이랑 연구 개발 때문에 좀 정신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결론

3월 말에 KBO가 개막했습니다. 저는 삼성 팬인데요, 요즘 야구 틀어놓으면 암담하기만 합니다. 분명 개막 첫 두 경기는 괜찮았는데… 저는 야구를 보면서 딱히 화가 나진 않는데, 17점차로 지고 나서 다음날 라커룸에 저게 붙어있는걸 보니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냥 한 번 가지고 와봤습니다.

어느새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한 달 하고도 보름도 남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저한테 교환학생 치고 너무 재미없게 사는 것 아니냐고 한 마디 씩 하긴 합니다. 클럽도 가고 술도 먹고 다녀야 하는거 아니냐는 친구도 있고, 주변 국가 여행 많이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죠. 중국어 수업에서 만난 로컬 학생도 제가 방에서 과제/플젝이나 롤토체스만 한다는 얘기에 교환학생 맞냐고 경악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싱가폴이나 NTU에 온 김에 할 수 있는걸 꽤 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싱가폴 관광도 다니고, 여러 문화도 느끼고, NTU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준도 느끼고, 연구는 뭔가 아쉽긴 하지만 참여하긴 하고… 물론 외국인이랑 얘기를 거의 안해봐서 영어 실력이 크게 늘진 않았다는게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예전에 링크드인에서 토스트마스터즈를 추천해주신 분이 계셨는데, 제가 NTU 토마 모임 시간 때 다른 정기 회의가 있어서 차마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아직 남겨둔 싱가폴 관광지들도 있으니 천천히 즐기다 가야겠습니다. 아마 앞으로 취업이나 대학원에 대한 생각들도 정리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4월 중에는 랩 인턴 지원이 있을텐데 어떻게 될지 아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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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chan
HcleeDev

Junior iOS Developer / Front Web Developer, major in Computer Science